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 이 구절에서 사용된 ‘이끌다’라는 단어는 멀리서 인도한다는 정도의 의미가 아니라 붙잡아 끌어당긴다는 뜻입니다. 그물로 물고기를 끌어 올리거나 사람을 붙잡아 강제로 끌고 가는 것 등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주시는 영원한 생명에 대해 말씀하시다가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지 않으시면”이라는 조건을 붙이십니다. 특정한 사람들을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시고, 그들만 당신께 올 수 있다는 뜻일까요? 갑자기 예정설 같은 분위기가 풍깁니다. 이끌어 주지 않으시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으며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라는 말씀은 또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말 한마디만을 떼어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인간 구원에 관한 성경 전체의 가르침에 비추어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이 말씀은 아마도, 나 스스로 믿음을 선택하고 내 발로 하느님께 나아가기 이전에 하느님 편에서 먼저 손을 내미시어 나를 당신께 이끌어 주신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우리 자신도 어떻게 믿음을 갖게 되었는지, 또 그 믿음이 어떻게 성장하였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에티오피아의 내시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경우도 열심히 살아서라기보다는 아버지께서 우리를 이끌어 주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죽음과 부활, 승천과 성령 강림을 통하여 우리의 구세주 그리스도가 되신 동시에 믿는 모든 이에게 생명의 빵이 되셨습니다. 여기서 빵을 주시는 분은 더 이상 아버지 하느님이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이십니다. 그리고 이 빵은 구체적으로 예수님의 몸과 피를 말합니다. 요한 복음이 쓰인 당시의 사람들이 이 부분을 묵상할 때 그들은 곧바로 성체성사 안에 계신 생명의 빵을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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