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마지막 섹스를 한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우리 부부도 남들이 말하는 섹스리스 부부인 것 같습니다. 나이는 40대 후반이고 아이가 둘이 있습니다. 항간에 섹스가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조사한 섹스리스 부부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신문을 통해 관심 있게 보았습니다. 저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섹스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집사람도 그렇게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내도 괜찮은 것일까요.
A. 섹스한다는 것은 서로 상대방의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 중 최상위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남녀가 서로 호감을 갖고 만남이 거듭되면서 사랑을 확인하기 원합니다. 서로 손을 잡게 되고 키스와 포옹을 하게 됩니다. 최종적으로는 잠자리를 같이 하면서 상대에게 몸을 허락하게 됩니다. 통상적으로 사랑이 전제되지 않으면 좀처럼 허락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남녀가 결혼하고 혼인생활을 유지하는 데 상대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중요합니다. 이때 섹스는 사랑을 확인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함께 살다보며 사랑을 전제로 한 섹스인지, 형식적인 섹스인지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한국성과학연구소가 전국의 기혼여성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섹스를 한 달에 한 번 이하로 하는 섹스리스 여성은 28%였습니다. 20대 젊은 부부 중 섹스리스 비율도 12%를 넘었으며, 여성의 성욕이 가장 왕성해지는 40대의 불만이 가장 높았습니다. 응답자 중 최근 두 달 동안 단 한 번도 남편과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는 여성이 100명 중 6명이나 되었습니다.
섹스리스와 관련해서 성에 대한 여성의 태도도 중요합니다. 막상 “피곤한데 재미도 없는 걸 뭐하러 해요” 하면서도 섹스리스 여성의 30%가 성 문제로 이혼을 고려해봤다고 합니다. 실제 기혼여성이 원하는 성관계 횟수는 최소 주 1회였습니다. 여성이 원하는 만큼 실제 성관계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집사람이 원하지 않아서 성관계를 하지 않고 있어요” 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성과학연구소에서 정의 내린 섹스리스 부부는 한 달에 한 번 이하로 잠자리를 갖는 것입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한 달 이상 섹스를 하지 않고 있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녀 모두 섹스리스의 원인 제공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남성은 직장 내에 스트레스로 섹스하는 것을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병원을 찾아오는 성욕이 없다는 남성에게서 남성호르몬 이상이나 성기능장애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르몬 보충이나 성기능 회복을 통해 섹스리스 부부를 탈출하기도 합니다. 일하는 여성 중에는 “아이 키우기도 힘들고 직장 일도 바빠 별로 생각이 없었어요” 하며 섹스를 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정작 섹스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상대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되는지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섹스리스는 이혼율을 높이는 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정상적인 섹스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사랑이 식은 것이라고 오해하고 이혼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전문병원에서 진료와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얼마든 현대의학의 도움으로 극복이 가능합니다.
이윤수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의원 원장. 비뇨기과학회 서울시 지회장과 사단법인 열린의사회 회장을 지냈으며, 이화여대병원·연세대 외래교수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