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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달군 현란한 개인기… 낭랑 18세 '발칙한 농구'

Marine Kim 2016. 12. 7. 13:33

인터넷 달군 현란한 개인기… 낭랑 18세 '발칙한 농구'

  • 입력 : 2016.12.07 03:00

'제2 전주원' 김지영 인기 폭발… 갑자기 뜨며 동영상 조회수 급증
신인 선발땐 주목 못받은 하위권 "위기 느껴 막했더니 되더라고요"
눈웃음 애교로 '지염둥이' 별명

농구 팬들이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18세 소녀에 열광하고 있다.

이 선수가 펼친 '유로스텝(지그재그로 스텝을 밟는 개인기)' '더블클러치(공중에서 수비를 속이고 슛을 하는 동작)' '노룩패스(동료를 안 보고 하는 패스)' 등 남자 농구에서나 볼 법한 화려한 기술 동영상은 조회 수 8만건을 훌쩍 넘었다. 키는 171㎝로 작지만 날카로운 패싱 센스와 3점 외곽슛도 무기다. 팬들은 "이런 선수가 어디서 튀어나왔냐"고 놀랐고, 농구계에선 여자 가드 레전드에 빗대 '제2의 전주원'이 나왔다는 말도 나온다. 그의 플레이를 지켜본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도 "농구를 당차고 발칙하게 한다. 그런 패기와 재능이라면 기대를 걸어볼 신인"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국내 여자 농구 코트에 등장한 샛별은 바로 KEB하나은행의 프로 2년 차 가드 김지영이다.

프로 2년차 김지영은 귀여운 외모와 화려한 개인기로 여자 농구계에서 ‘차세대 전주원’이라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김지영이 농구공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환하게 웃는 모습.
프로 2년차 김지영은 귀여운 외모와 화려한 개인기로 여자 농구계에서 ‘차세대 전주원’이라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김지영이 농구공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환하게 웃는 모습. /조인원 기자
지난달 14일 KDB생명과의 경기가 그의 '스타 탄생'을 알리는 무대였다. 앞선 4경기에서 평균 0.5점에 불과했던 후보 선수 김지영은 이날 16점 3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이후 대담한 플레이와 화려한 기량으로 단숨에 팬들과 농구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잃을 게 없으니까 자신 있게 하자는 마음으로 코트에 나갔어요. 근데 이상하게 슛이 뻥뻥 터지는 거예요. 그날 이후 갑자기 농구가 쉬워졌어요."

6일 경기도 용인의 팀 훈련장에서 만난 김지영은 "이대로 하면 조용히 잊히는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날 마지막 1군 경기라는 생각으로 개인기도 부리고 슛도 던졌는데 모두 마음먹은 대로 됐다"고 했다. 김지영이 펄펄 날면서 팀도 상승세를 타 리그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김지영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인천 인성여중 농구부 코치였던 외삼촌 김상우(40)를 따라다니다 농구를 시작하게 됐다. 김상우씨는 과거 대구 오리온스와 인천 SK에서 뛰었던 프로선수 출신이다. 뛰어놀기 좋아하는 활발한 소녀 김지영은 방학 두 달간 매일 농구장을 찾아 공을 갖고 놀다가 농구에 입문했다. 그는 고교 시절 U-17(17세 이하) 대표팀에도 선발됐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프로는 냉혹했다. 그는 2015년 신인 선수 선발 때 16명 중 9번째로 지명됐다. 김지영은 '큰 기대를 걸지 않는 후보 선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데뷔 첫해엔 WKBL 한 시즌 35경기 중 4경기에 나와 평균 1분 40초를 뛰었다. 올 시즌 주전 가드진의 부상으로 출전 기회가 왔지만, 초반 빛을 보지 못하다 한순간 잠재력이 폭발했다.

"언니들 사이에선 쉽다는 레이업슛 한 개도 힘들었어요. 힘들 때마다 엄마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지만, 우는 목소리 들려주고 싶지 않아 꾹 참고 전화 대신 문자로 안부를 묻곤 했어요." 오기가 생긴 김지영은 퓨처스리그(2군 리그)를 뛰며 체력 훈련과 슛 연습을 밤늦게까지 계속했다.

그가 지금 펼치는 화려한 기술은 모두 후보 시절 작은 키를 극복하려고 동영상을 보고 연구했던 것들이다. 김지영은 막상 기술에 성공하고도 "와, 이게 진짜 되는구나!"라고 중얼거리며 스스로에게 놀란다고 한다. 김지영의 깜짝 활약에 이환우 KEB하나은행 감독 대행은 "허를 찔린 상대팀이 대비책을 들고나올 때 기량을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그 역시 김지영의 잠재력에 대해선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팬들은 눈웃음과 애교 넘치는 인터뷰 때문에 그를 '지염둥이(지영+귀염둥이)'라고 부른다. 김지영 본인도 "언니들이 징그럽다고 하지만 애교는 내가 팀 최고다"라며 그 별명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한다. 새해가 되면 친구들과 클럽을 꼭 가보고 싶다는 '소녀'지만 승부 근성과 당찬 성격은 베테랑 뺨친다.

"선배 언니들이 혼자 멋있는 기술 쓰지 말라고 놀려요. 하지만 언니들 눈치 볼 생각은 전혀 없어요. SNS 친구 신청하면 모두 수락해요. 근데 악플이 가끔 달려요. 그럴 때마다 '그래? 내일 보여줄게' 하면서 더욱 열심히 뛰게 돼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07/201612070022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