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 2016.12.07 09:15
18살에 두 스타트업 대표
9살부터 게임 개발하며 공부보다 사업에 몰두
"60년대식 주입식 교육으로 이제 어려워"
9살 게임 개발, 11살 개발자 커뮤니티 만들어 수천만원에 매각, 13살 희귀애완동물 수입대행 쇼핑몰 운영, 16살 730만명 회원 둔 제품 리뷰 블로그 운영, 17살 비영리 교육단체 ‘준브레일’ 운영, 18살 바이오 스타트업 바오바브 코리아 설립...
어린 나이에 화려한 ‘창업 커리어’를 쌓고 있는 고2 ‘CEO’가 있다. 경기도 동탄국제고에서 4시30분까지 학교 수업 받고, 오후에 서울로 나와 사업 하다 새벽에 기숙사에 들어간다. 김민준(18) 대표 얘기다.
17살에 만든 준브레일과 18살에 만든 바오바브코리아 두 곳의 스타트업을 이끌며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준브레일은 물에 젖지 않는 시각장애인용 점자책 개발, 3D프린터 제작을 한다. 고등학생 1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알음알음 소문이 퍼지며 UN에서 시각장애인 사회공헌을 인정받아 UN회의에 공식 참가했다. 최근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고, 시각 장애 아동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장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3D프린터를 조립해 3D프린터를 가르치는 학원에 팔기도 한다.
바오바브 코리아는 제약 O2O(Offline to online) 스타트업이다. 모바일 서비스로 국내외 약국을 연결해, 모바일에서 최대 95%까지 싼 가격으로 약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 석사과정 재학생과 연세대 학부생 등 4명의 직원이 서비스앱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 약국인 징웨이(京卫)와 기술협약을 맺고 있으며, 조만간 연세대 창업센터에 정식 입주한다. 한 대기업이 성장잠재력을 알아보고 “사무실 내주고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 9살때 대박 친 천재 개발자 보고 “나도 못할 게 없다” 도전
-어린 나이에 개발을 시작했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9살때였어요. 신문에서 외국 9살 개발자가 게임회사에 1000억원을 주고 게임앱을 팔았다는 기사를 봤죠. ‘나랑 동갑인데 게임 코딩 소프트웨어로 1000억원을 벌었다? 나도 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바로 대학생이 보는 개발서 대여섯권을 사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코드를 똑같이 따라 해봤죠. ”
-뭘 개발했나요?
"생각보다 코딩이 간단하더라고요. ‘앵그리버드’ 게임과 유사한 ‘터틀즈’란 게임을 3~4개월 만에 개발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형편없지만 그래도 제 소중한 첫 작품이에요.”
-11살 때 만들었다는 개발자 커뮤니티 사이트는 뭔가요.
“개발자들이 모이는 웹 커뮤니티가 없었어요. ‘어른행세’까지 하며 만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00 운영자입니다’는 식의 이메일을 보내 불러 모았죠. 해외 개발자 사이트를 벤치마킹해 만들었더니 대박이 났어요. 4000명 정도 회원이 모여, 정모도 활성화됐죠.(그는 나이가 어려 정모엔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부모님이 뭐라고 하지 않았어요?
"정말 어이없어 하셨죠. 공부하라면서, 개발자 커뮤니티를 강제로 폐쇄시키기도 하셨어요. 물론 이후 다시 만들었죠. 운좋게 사이트에 관심 보이는 분이 계셔서 수천만원 받고 팔았어요. 그 돈으로 부모님 원하는 걸 많이 사드렸습니다. 그런데도 부모님은 아직까지 제 일을 반대하세요. 대기업 다니는 아버지는 ‘네가 안 벌어도 괜찮다’고 말씀하시죠. ‘어떻게 컴퓨터를 두들겨 돈을 벌지’ 란 생각이세요. 꾸준히 설득해 나갈 겁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마치면 집에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개발자 커뮤니티를 판 후, 바이럴 마케팅에 관심이 생겼다. 카메라 등 가전제품을 리뷰하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IT제품을 하나씩 리뷰해 올리자, 삼성·소니 같은 대기업 관계자가 몰렸다. “리뷰 자체보다 어떻게 키워드를 잡아 포털 사이트 상위에 노출시키느냐고 중요해요. 키워드를 연구해 상위에 많이 노출시키니 많은 사람이 몰렸어요.”
취미를 사업으로도 연결해봤다. 파충류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쇼핑몰을 만들기로 했다. "판매하시는 분들을 찾아 갔어요. ‘돈 안받고 쇼핑몰 만들어주겠다. 대신 쇼핑몰에서 판매될 때마다 수수료나 파충류를 달라'고 했죠." 꽤 괜찮은 수입을 올렸다.
◇ “왜 취업도 안되는 주입식 교육에 빠져 있어야 합니까”
어린 나이에 얼마간의 돈을 만지면서, 사회적 약자를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브레일 창업 배경이다. “점자책에 물이나 음식물을 엎지르면 손상돼 망가져요. 3D프린터 기술로 플라스틱 점자책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 창업했어요.”
-준브레일에 또래 10명이 참여하고 있다면서요.
“우리 학교 말고 다른 학교 친구도 있어요. '지금 한국 입시로는 꿈을 이룰 수 없다'며 모집했어요. '한국 교육은 1960~70년대 주입식 교육이다. 미국, 핀란드는 그렇지 않다. 하고 싶은 걸 하자'고 말이에요. 친구들에게 코딩 가르쳐주면서, 시각장애인용 교재 및 플랫폼 개발·3D프린터 제작을 같이 하고 있어요.”
-따로 운영하는 바오바브 코리아는 어떤 회사입니까?
“미용 목적 같은 보험처리가 안되는 비싼 약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여드름 치료약을 쓰고 있는데 정말 비싸요. 어디서 의약품을 싸게 살 수 있는지 알려주고, 기프티콘 할인 혜택을 주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어요. 저희와 제휴한 제약사와 약국은 많이 팔아 매출을 늘릴 수 있죠.”
“미국에 '블링클스'란 앱이 있어요. 최고 90%까지 싸게 약을 살 수 있죠. 그런데 한국, 중국, 동남아에는 이런 모델이 없어요. 잘해서 해외 진출도 하고 싶어요."
◇ 낮엔 공부, 밤엔 사업가
하루 일정이 무척 빡빡하다. 기숙사에서 오전 6시 기상해 아침 운동 하고 8시 학교에 간다. 오후 4시 30분까지 정규수업을 듣는다. 동기들은 자습 시작할 시간에 바로 서울 강남 준브레일 사무실(월세 20만원)로 간다. "동탄에서 강남까지 40분이면 가요. 여기서 3D프린터를 만들어 한 달에 1-2대씩 팔죠. 바오바브코리아 개발비에 보태고 있어요."
준브레일에서 일하다 밤이 되면 서울 광화문으로 넘어간다. 서울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장소를 내준 바오바오 코리아 사무실이다. "앱 개발에 참여하다 밤 늦게 기숙사로 돌아가죠. 새벽 4~5시에야 끝나, 찜질방 갔다가 등교할 때도 있어요.“
-대기업이 사무실 입주를 제안했다면서요.
“네. 투자 제안도 있었는데 모두 거절했어요. 팀원끼리 마련한 자본금이 1000만원 있는데, 아직 돈 쓸 곳이 많지 않아 당분간 저희끼리 하려고요.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 부탁할 생각이에요. 부모님께도 손 벌리고 싶지 않습니다.”
-꿈이 뭡니까.
“대한민국 IT분야에서 최연소 창업자 아닐까 생각해요. '제2의 마크 저커버그'가 되고 싶습니다.”
-또래 고등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대한민국 고등학생들 정말 치열하게 공부해요. 그런데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에 사는 게 아닙니다. 급변하는 세상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공부 마치고 하겠다고 얘기할 건가요? 변호사, 의사로 먹고사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해요. 주입식 교육 잘 받아도 취업 못하는 시대입니다. 깬 사고가 필요해요.” 본인이 대학에 갈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