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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가, 심리전문가가 보는 대통령의 지금 마음 상태는?

Marine Kim 2016. 12. 7. 13:49

정신분석가, 심리전문가가 보는 대통령의 지금 마음 상태는?

  • 입력 : 2016.11.29 15:37 | 수정 : 2016.11.29 16:52

대통령 마음 속엔 "선의로 한 것인데 세상이 오해해 억울"
최순실 농단은 대통령의 강한 자기애와 의존성이 겹쳐져 발생
당황하고는 있지만, 상황과 '타협, 수용의 단계'로는 가지 못할 것

세번째 국민 앞에 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긴급 담화문을 발표했다.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결정에 맡기겠다” “정치권 일정과 법절차에 따라 대통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

지난 26일 제 5차 촛불집회까지 열리고, 청와대 목전까지 행진을 벌인 국민들의 마음을 받아 들인 것일까, 아니면 정치 전문가의 분석대로 “무죄를 주장하며 국회에 공을 넘긴 것”일 뿐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제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돌아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진짜 마음 속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있을까.
심리, 정신의학 전문가들에게 대통령 마음을 들여봐 달라고 주문해봤다.


이나미 원장

이나미·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장 (신경정신과 전문의)

-29일 오후 2시30분, 대통령 긴급 담화를 어떻게 보았나.
“나는 죄가 없다. 무죄를 호소하러 나온 것 아닌가. 내가 이런 잘못을 저질렀다, 드러난 행위에 대해 처벌을 받겠다가 아니라 ‘내 억장이 무너졌다’를 호소하고 있다. 과오를 저지른 사람이 인정하고, 수용하는 일반적 패턴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정치권에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시키는 것처럼 보이는데….”

-최순실 농단 사태가 알려진 후, 대통령의 대응을 보아 왔는가.
“대통령 입장에서만 생각해보자. 몇 달 지나면 국민감정이 가라앉고, 기소되더라도 유리해 질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정치자금만 있으면 10년후에도 정치를 재개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의 상황이 대통령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 것일까.
“대통령은 앞선 담화문에서 ‘선의로’라는 표현을 썼다. ‘잘 해보려 했던 것을 기득권 언론이 선동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이 선동국면이 끝나면 지지자들이 나의 의도를 알아줄 것이라 믿는 것이다. 아마도 본인이 곧 국가라고 생각하고, 내가 내 돈을 좋은 데 쓰려는 데 왜 그게 문제가 되는가 생각할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기엔 망상이지만, 본인은 합리적 판단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정신과 의사 퀴블러 로스는 ‘충격적인 사태’에 직면한 일반적인 심리 반응을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5단계로 규정했는데, 대통령은 지금 어떤 단계로 보이나.
“대통령은 ‘나에게 찬성하는 사람은 좋고, 반대하는 사람은 나쁘다’ 식의 덜 발달된 감정형 인간으로 분류된다. 특수한 가정환경으로 ‘을’이 되는 사회생활을 경험해본 적이 없고, 타인과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단계는 ‘부정’ ‘분노’의 단계로 보이지만, 진정한 타협이나 수용단계로는 나가지 않을 것이다. 타협, 수용은 ‘학습’을 통해서 가능한데, 대통령은 이 단계의 감정 ‘학습’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윤성 교수.

오윤성·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프로파일러)

-대통령의 긴급 담화를 어떻게 봤나.
“담화문에서 ‘18년간 사심이 없었고,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귀에 들어왔다. ‘그들이 사고 쳐서 억울하다’는 심정의 표현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통치하는 지위라는 일반적 인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나는 잘못한 게 없지만 나라가 시끄러우니 물러나라고 요구하면 ‘짐이 물러 나겠다’는 방식이다. 국민들의 분노하는 이유를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

-대통령에 대한 심리 분석을 요구받는다면, 한 줄로 뭐라고 쓰겠나.
“대통령은 권위있는 어떤 것에 남들보다 더 강하게 의존하는 ‘후천성 의존성 성격장애’, 우리가 흔히 ‘공주병’이라고 부르는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겹쳐진 경우다.”

-의존성은 자존감 결핍에서 나오고,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자존감이 과해서 나오는 것 아닌가.
“일반적으로는 그런데, 대통령의 경우는 이 둘이 특이하게 겹쳐진 것이다. 대통령의 특수한 과거를 보자. 최태민이 ‘여왕이 된다’고 했는데 그대로 그렇게 됐다. 그에게 의존해, 그 결과가 좋게 나왔으니 그 딸에게까지 의존성이 강화되는 건 당연하다. 또 하나의 축은 대통령은 중학교 때부터 대통령의 딸로, 대학생 때 퍼스트레이디로 살아왔다는 점이다. 남들이 항상 떠받들어준다. 90년대 영남에서 대선에 나왔을 때, 심지어 노인들은 큰 절을 올렸다. 지지자들에게 박대통령은 선친의 아우라를 물려받은 사람이다. 문제는 그런 아우라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됐는데, 육영재단 정도는 몰라도 국가를 경영할 능력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미리 답안지를 보고 전교 1등을 했지만, 세계 대회에 혼자 힘으로 나가야 한다면 불안감은 커진다. 이것을 최씨 일가에 대한 의존성으로 메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10대, 20대 시절의 태도나 정서가 예순살이 넘은 나이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70, 80대가 된 나이에도 어릴 때 부모가 자신을 차별해 때렸다며 우는 경우가 있다.”

-대통령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40년 세월이 짧은 게 아니다. 대통령은 일반인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왔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 결과로 대통령이 됐다. 지금까지 최씨일가와 자기 스타일로,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건 ‘실재(實在)’하는 성공사례다. 부친의 ‘사고’로 잠시 왕국을 빼앗겼다가 ‘와신상담’을 통해 되찾은 것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사례를 ‘종교화된 믿음’으로 신념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임기를 마치면 다 하는 것’이라는 다른 대통령과는 판단 방식이 다른 것이다.”

-대통령 심리는 퀴블러 로스의 5단계 이론 중 어디쯤 속한 것으로 보이나.
“글쎄 국가원로들까지 나서 하야를 권하는 것을 보고, 여태까지 잘못했구나 실수했음을 인지할 수는 있을 것이다. 공황상태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타협이나 수용 단계로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수정 교수.


이수정 경기대 교수 (사회심리학 박사)

-대통령의 29일 담화는 잘못을 시인하는 것인가.
“시인인지 뭔지 애매한 수준이다. 잘못을 인정할 수는 없고, 국회에 맡기겠다는 내용이 아닌가. 잘못을 시인하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오기까지 대통령의 심적 고통이 컸을 것이다.”

-잘못하지 않았는데 ‘물러나라고 하면 물러나겠다’고 얘기한 것이라면, 대통령 입장에서는 울화병이라도 생길 일 아닌가.
“그간의 태도로 봤을 때, 매우 억울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억울함을 느끼는 것이 부당하다’고 몰아부칠 수는 없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도 개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두 손 들고 나온 셈이니 이제 잘 물러나도록 정리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대통령의 요즘 모습을 어떻게 보아왔나.
“대통령이 아닌 일반 피의자처럼 ‘방어권 행사’등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방어적 태도를 보여왔다. 사태 심각성을 애써 부인해왔는데, 자신이 예외적인 존재라는 일종의 선민의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한 것은 죄가 아니다, 나도 속았다 식으로 자신을 피해자라는 객체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공포 때문인가, 진짜 억울함 때문인가.
“대통령에게 심각한 성격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신 의존성과 피해의식이 높은 것 같다. 과거와의 연관성 속에서 현재 행위를 해석하는 게 필요하다. 대통령은 잘못을 시인하는 것보다는 어찌되건 모면하는 방식으로 살아온 것 같다.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신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도 구제 받은 경험이 많으면 이런 행태가 나온다. ‘나는 모든 걸 버리고 국가와 결혼한 사람인데 세상이 곡해한다’ 식의 피해의식, 편집증적 태도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런 피해의식이 있어도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나.
“양보하지 않고 고집스럽고 편집증적인 성격은 권력을 쟁취하는 데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쉽게 말해 의지가 강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문제는 그 안에 숨어있는 병리적 태도가 어떤 ‘극단적 상황’에서 드러나는데, 지금이 그런 순간인 것 같다.”

-10대, 20대 때 어떤 특정한 태도가 있었어도, 나이를 먹으면서 변해가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독특한 개인경험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과정 중에 본인의 잘못은 주변에게 떠맡길 수 있는 구조에서 ‘선량한 희생자’ 모습만을 보여온 것이다. 때문에 엄정한 책임의식이 결여 될 수 있다. 아이가 잘못하면 대개 엄마가 사과하는 것처럼, 책임의식이 미성숙 단계에 있는 것이다.”

-심리분석에서 사용되는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단계 중 지금 대통령의 상태는 어디쯤으로 보이나.
“어려운 얘기다. 정말 도저히 인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수준의 ‘물증’이 있어야 대통령이 상황을 진심으로 수용하게 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29/20161129020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