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전화 무심코 받았다가 음란동영상에 내 얼굴이… 신종 '몸캠 피싱' 주의보

영상전화 무심코 받았다가 음란동영상에 내 얼굴이… 신종 '몸캠 피싱' 주의보

• 권선미 기자

• 입력 : 2017.01.19 14:25 | 수정 : 2017.01.19 19:21

/조선DB

대학원생 이모(31)씨는 지난 6일 밤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걸려온 영상통화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영상통화를 받자마자 상대방 화면에 속옷 차림의 여성 사진이 뜨더니 “오빠, 나 외로워”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씨는 깜짝 놀라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곧이어 다른 번호로 문자가 전송돼 확인해보니 영상통화에서 촬영됐던 자신의 얼굴이 수초간 나온 뒤 자위행위를 하는 남성의 하반신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나왔다.

영상전화를 통해 촬영한 얼굴 사진을 음란 동영상과 합성한 뒤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변종 ‘몸캠 피싱’ 수법이 등장했다.

기존 ‘몸캠 피싱’이 화상채팅을 통해 피해 남성이 직접 음란행위를 하도록 유도했다면, 신종 수법은 무작위로 영상통화를 걸어 남성의 얼굴만 캡처한 뒤 음란영상과 합성하는 방식이다.

실제 이씨는 곧이어 한 남성으로부터 “계좌번호를 보낼 테니 200만원을 송금하라”며 “이 동영상을 유포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협박전화를 받았다. 이에 이씨는 “뒤에 나오는 장면은 내가 한 짓도 아닌데 무슨 소리냐”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에도 10여 차례 전화가 왔지만 이씨는 더 이상 받지 않았다. 그러자 “사장님,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나중에) 저희 원망하지 마세요” “100만원 깎아줄 테니 100만원만 내세요” “동영상을 지인들한테 보내면 당신이 이런 짓 한 줄 알 거다” 같은 협박 문자메시지가 이어졌다. 범인들은 이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 목록까지 문자로 보냈다. 처음에 이씨가 동영상 파일을 열 때 휴대전화에 악성코드를 설치해 연락처 목록을 빼낸 것이다.

/독자제공

결국 이씨는 당일 오후 11시쯤 112로 전화했고, 서울 구로경찰서 사이버수사팀과 연결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에게 “협박해도 절대 돈을 보내지 말고, 동영상이 유포되기 전 지인들에게 미리 이 상황을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씨는 “화가 나고 억울하지만, 동영상이 유포되면 일일이 변명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 단체카톡방을 통해 지인들에게 이 상황을 알렸다”고 말했다.

구로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김지웅 팀장은 “영상통화로 얼굴만 캡처해 야한 동영상과 합성하는 건 처음보는 수법이라 주의가 필요하다”며 “범인들은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잡기가 쉽지 않아,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영상통화는 아예 받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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