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ds and ends

태블릿 PC 출현, 너무 작위적… 사용자 최순실 아니라는 證人 확보

Marine Kim 2017. 1. 26. 20:29

최보식이 만난 사람] "태블릿 PC 출현, 너무 작위적… 사용자 최순실 아니라는 證人 확보"

  • 입력 : 2017.01.09 03:04

['최순실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 단독인터뷰]

"2014년 '청와대 문건 사건' 때 '이혼한' 정윤회·최순실 방문
당시 정상적인 부부로 보여… 언론에 적극 대응 부탁도 해"

"천하에 죽일 여자 비난받지만 범죄 관점에서 최순실 보면
확실히 잡히는 게 없어… 공소 사실에 구멍 많아"

모든 언론 매체가 최순실 의혹을 연일 쏟아내고 그 뻔뻔함에 공분하고 있지만 '반론'의 기회는 줘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최순실 변호인' 이경재(68) 변호사를 만났을 때 첫 질문을 이렇게 시작했다.

―최순실씨는 법정에서 카메라가 있으면 반성하듯 고개 숙이고, 없으면 고개 들고 똑바로 쳐다본다고 하는데?

"멘털이 거의 붕괴된 상태다. 공황장애도 있고…."

―최순실씨가 자주 맞았다는 프로포폴의 금단(禁斷) 현상인가?

"그럴 수도 있을 거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 처방전을 끊으려면 의사들이 구치소로 와줘야 하는데 다들 안 오려고 한다. 지금은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의약품밖에 없다."

―의사들이 안 올 리가 있겠나?

"정말이다. 최순실과 연결되면 '레드 딱지'가 붙으니까. 통제되는 면도 있다. 검찰에서 증거 인멸을 이유로 최씨에 대한 외부인 접견 금지를 시켜놓았다. 변호인 외에는 가족도 면회가 안 된다. 이렇게 70일 넘게 장기간 막은 경우는 드물다."

―지난번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국회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안으로 들어갔는데?

"처음엔 최씨가 청문회에 안 나오니까 고발하겠다고 했다. 그런 뒤 '면담' 형식을 취해 수감동으로 들어왔다. 우리 사무실에서 '최순실은 접견 금지 조치가 돼 있다. 무슨 법적 근거로 허용하느냐'는 팩스를 서울구치소로 보냈다. 의원들이 법 절차를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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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은 범죄 사실을 조사하지 인생을 조사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최순실씨는 국회청문회에 나왔어야 했다. 국민을 대놓고 무시한 게 아닌가?

"명색이 '최순실 청문회'인데, 주인공 없는 청문회라면 이상하지 않나. 이 때문에 최씨도 심적 부담이 컸다. 하지만 청문회 진행을 보면 최씨가 나와서 제대로 말할 수 있었겠나. 우리 청문회 현실이 그렇다."

―최순실씨는 청문회에 나올 의사가 있었는데 변호인 측에서 막은 건가?

"최씨가 청문회에 나가겠다면 말리지 못하고, 또 나가라고 권할 수도 없다. 하지만 나가면 이런 일이 발생하고 안 나가면 이렇다고 변호인으로서 조언은 했다."

―최순실 변호를 맡고서 '한통속'이라는 말을 듣지 않았나?

"주위에서 '돈을 얼마나 많이 받았기에 최순실 같은 걸 변호하나'라고 말한다. 나중에 수임료 신고를 하면 얼마 안 된다는 걸 알게 될 거다. 알다시피 2014년 12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때 내가 정윤회씨 변호를 맡은 게 인연이 됐다."

―정윤회씨와는 그전부터 아는 사이였나?

"그때 처음이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사무실로 함께 찾아왔다."

―'함께'라면? 정윤회·최순실 부부가 함께 왔다는 뜻인가?

"그렇다."

―둘은 당시에 이혼한 상태였는데?

"그때 나는 이혼했는지 몰랐다. 정상적인 부부 같았다."

이들의 이혼 사유를 둘러싸고 여러 소문이 떠돌았다. 세상에는 이혼한 걸로 알려진 이들이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형 로펌도 있고 서초동에는 다른 변호사도 많은데, 이들이 왜 당신을 찾아왔나?

"그가 최태민의 사위이고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가 있다는 걸 나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그에게 '왜 우리 사무실로 찾아왔는지 세세하게 묻지는 않겠다'고 먼저 말했다."

―나 같으면 물어보겠는데?

"내가 공안검사 출신인데, 너무 많은 비밀을 알게 되는 것은 좋을 게 없다. 내 나름대로 짐작은 했다. 대형 로펌은 부담 때문에 이런 정치적 사건을 안 맡으려고 한다. 서초동에서 이를 맡을 만한 능력이 되는 로펌이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나름대로 리스트를 뽑아보고 나를 택했지 싶다."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소개로 찾아온 게 아닌가? 당신은 우병우의 장인과 동향이고 친분이 깊었는데.

"전혀 아니다. 소개하려면 내가 우병우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줄 위치다."

―그 뒤로 정윤회·최순실 부부와 가까워지게 됐나?

"정씨와는 재판 때문에 가끔 연락했고, 부부와 함께 식사도 했다. 최순실씨는 임대업을 하고 있어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런 관계로 지내다가 딸 정유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독일에서 최순실씨가 전화로 자문을 해왔다. 내가 정유라의 변호인 선임계를 냈다. 그러고 난 뒤 미르와 K스포츠재단이 터진 거다. 최씨가 다시 연락해왔다. 내가 '한 가지만 확인하자. 두 재단에서 당신에게로 빠져나간 돈이 있느냐. 만약 한 푼이라도 있으면 변호사로서 조력할 길이 없다'고 하니, '아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최순실 변호도 맡게 됐다."

―그때는 아직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건은 드러나지 않았는데?

"그렇다. 몰랐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모든 걸 다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 최씨에게 '당신이 판단을 해 내게 얘기 안 해도 되는 것은 가려서 해달라'고 했다."

―왜 사전에 그런 주문을 했나?

"공안검사를 해본 경험으로 고급 정보를 많이 알고 있을수록 위험하다. 하지만 최씨에게 '내가 필요해서 물어보는 것은 사실대로 말해라. 답을 하든 안 하든 당신 선택이다. 안 하면 그걸로 짐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JTBC에서 태블릿 PC가 보도되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내가 '어떻게 된 내용이냐?'고 묻자, '태블릿 PC는 사용한 적 없다'고 답했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거짓말할 수도 있지 않나?

"물론이다. 어리석어서 거짓말을 할 수도, 의도를 갖고 적극적으로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최씨는 적극적인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태블릿 PC에 담긴 최순실 셀카 사진과 사용자 계정이 나왔는데 어떻게 자기 것이 아니라고 부인할 수 있나?

"검찰 조사에서 셀카로 찍혔다는 사진을 프린트해와 '이게 있으니 당신 태블릿이 아니냐?'고 묻자, 최씨는 '이게 언제 사진이지?'라고 반응했다. 태블릿 PC 자체를 사용할 줄 모른다고 했다. 내가 검사에게 '그 태블릿 PC를 본인에게 직접 보여주라'고 하자, '포렌식(과학수사식) 검사를 하고 있어 지금 없다'고 답했다. 나는 법정에서도 이런 요구를 했고, 하도 답답해 '정말 현물이 존재하느냐?'고도 물었다."

이경재 변호사와 최순실씨 사진

―개인적으로 나도 궁금한 대목이지만, JTBC로서는 취재원 보호 문제가 걸려 있다. 다 밝힐 수는 없다고 보는데?

"태블릿 PC의 소유는 김한수 청와대 행정관으로 밝혀졌다. 사용자가 누구냐인데, 비밀번호는 공용이고 사용자 아이디는 여럿이다. 그렇다면 여러 파일을 취합해 태블릿 PC에 넣고는 최순실의 것이라고 제출할 수도 있지 않나. 이는 상식적인 의문이다. JTBC는 취재원 보호를 해야겠지만 검찰은 밝혀줘야 한다."

―JTBC에 보도된 태블릿 PC와 관련해 소위 '배후 기획'이 있다고 의심하는가?

"검찰이든 변호인 측이든 같은 답인지는 모르나 어느 정도 윤곽과 관련자들을 파악하고 있다. 우리는 최순실의 것이 아니라는 결정적 증인도 확보하고 있다. 태블릿 PC가 세상에 출현하는 과정이 아주 작위적이다. 작년 10월 24일 오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임기 중 개헌하겠다'고 연설하자, 오후에 JTBC에서 이를 터뜨렸다. 오비이락이라고 하기에는 타이밍이 절묘하다."

―태블릿 PC 문제 제기는 최순실 국정 농단을 희석시키려는 변호인의 전략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호성 녹취록과 관련자 증언으로도 최씨의 국정 농단이 확인되지 않았나?

"태블릿 PC는 국정 농단 사태의 출발점이고 최순실의 양형(量刑)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호성 녹취록은 법정 증거물로서의 조사가 아직 덜 됐는데, 검찰이 언론에 흘리고 있다."

―최순실씨는 검찰에서 명백한 사실조차 부인하며 '모르쇠'로 일관했는데, 변호인의 전략인가?

"검찰의 초기 압박 조사에서 입을 다물었을 뿐, 뒤에 가서는 할 수 있는 진술을 다 했다. 최씨가 부인한다는 것은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최순실씨는 박 대통령에게 '최 선생님'인가, '시녀 같은 사람'인가?

"정호성이 최순실을 부른 호칭이 '최 선생님'이다. 이런 호칭까지 시비가 되고…. 내가 최씨에게 '대통령 사생활과 관련된 진술은 하지 않는 게 옳다'고 말해줬다. 검찰은 범죄 사실을 조사하지 인생을 조사하는 게 아니다."

―최순실씨가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은 본인의 혐의인가, 아니면 박 대통령과의 연루 부분인가?

"둘 다 연결돼 있다. 최씨는 자신이 대통령에게 잘못한 일이 없다고 여긴다. 특혜 시비가 된 'KD코퍼레이션'의 경우 유능한 중소기업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게 죄가 되느냐는 거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좀 아는 고위직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부탁을 해왔나. 대통령과 관계되다 보니 큰 문제가 된 거다."

―변호인 입장에서는 최씨가 어느 정도 죄가 있다고 보는가?

"삼성 지원과 관련해서는 다툴 게 있다. 하지만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서는 최씨가 직접 돈을 모으거나 금전적 이득을 취한 건 없다. 물론 세월이 지나 최씨가 홀랑 다 해먹을지 아니면 다른 누가 그렇게 할지는 모른다. 법적 처벌은 과거의 행위에 대해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안종범 수석과의 공모가 성립 안 되면 민간인인 최씨의 죄가 성립되는 게 거의 없다."

―정말 최순실씨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가?

"천하에 죽일 여자로 비난받고 도덕적으로 죄가 있지만, 범죄라는 관점에서 보면 확실히 잡히는 게 없다. 검찰의 공소 사실에는 구멍이 많다. 법률적으로 다툴 게 많다는 뜻이다."

―최순실씨는 생산적인 활동을 한 것 같지 않은데 무슨 재산이 그렇게 많은가?

"8000억원에서 30조원까지, 대통령 재산이 그 안에 포함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박근혜의 가장 취약한 고리가 최순실이다. 정권마다 최씨의 재산 관계를 살펴봤을 것이다. 거의 해마다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번에 나도 그 재산 관계를 훑어보니 투명했다. 재산은 350억원쯤이고, 서울 강남에서 유치원을 해서 번 돈을 부동산 투자로 늘렸다고 한다."

―당신이 본 최순실은 어떤 인간인가?

"부정적으로 인식된 아버지 최태민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불안과 방어기제가 있었다. 이들 부부와 관련된 보도는 나쁜 것밖에 없다. 이들이 '언론에 적극 대응해달라'고 부탁했을 때, 내가 '결정적 피해를 보는 게 아니면 감내하라. 이게 당신의 업(業)'이라고 말해준 적 있다."

[인물정보]
'최순실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어떤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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