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x Common Sense

색소폰 독립군 - 독학에 대하여 | 색소폰 수련기

Marine Kim 2017. 7. 27. 20:43

국내 최대 색소폰 포털이라고 자칭하는 어떤 사이트에 '독립군'을 자칭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을 봤습니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독학하시는 분들을 일컫는 말이더군요.

저는 처음부터 독립군이 아닙니다.

문화원에서 1년 좀 넘게 했고, 문화원과 레슨을 병행한 것이 또 1년을 넘어갑니다.

 

최근 제가 저녁에 가끔 산책하는 공원에 독립군이 나타났습니다.

공원은 강을 끼고 있어 널찍하고, 색소폰을 좀 불어도 다른 사람에게 크게 폐를 끼칠 정도는 아닌 환경입니다.

하루는 산책 중에 멀리 색소폰인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색소폰 소리가 분명합니다.

보니까, 가로등 밑 환한 곳에 나이 꽤나 지긋하신 분이 보면대를 세워두고 연주를 하고 계십니다.

옆에는 타고 오신 자전거가 뉘여져 있고, 색소폰 가방도 그 옆에 있습니다.

보면대 위에는 무슨 책인지 모르겠지만, 족히 200페이지는 넘을 듯한 두툼한 악보가 펼쳐져 있습니다.

 

며칠 후 산책길에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 그 분이 색소폰을 불고 계시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며칠 만에 나갔습니다만, 그 분은 아마 매일 저녁 나오시는 듯합니다.

그래 이번에는 작심하고 말을 걸기로 했습니다.

마음 속에 나름대로 안타까운 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소리, 즉 톤이 완전히 '아니었습니다'.

흔히 '생소리', 말로 할 때는 '쌩소리"라고 하죠, 아무튼 그런 소리입니다.

이것은 정제되지 않은 소리입니다.

생소리로 불게 되면 음악이 아니라 소음이 되는거죠.

게다가 색소폰은 음량이 큰 편이라, 소음도 큰 소음이 됩니다.

 

그 다음은 주법입니다.

뭐 저도 아직 초보 수준인데, 주법이랄게 있겠습니까?

여기서 말하는 것은 아주 기초적인 것입니다.

단 한가지만 예를 든다면,

보통 처음에 저를 포함해 누구나 저지르는 잘못입니다만 악보에 그려져 있는 박자를 다 채우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프레이즈가 끝나는 곳의 3 ~ 4 박자짜리 음에서 그렇습니다.

예컨대 '만남'이란 곡이라면,

"우리 만남은 ~"에서 '리'와 '은'은 3박자 입니다.

즉 "우리-- 만남은--" 이렇게 가는거죠.

문제는 이 3박자를 곧이곧대로 3박자 다 낸다는 겁니다.

생소리에 이렇게 질질 끌면, 그때는 최악의 상황이 됩니다.

노래를 이렇게 불러보시면, 즉 아무 인토네이션이나 셈여림 없이 박자대로 끝까지 다 끌면서 불러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이건 노래가 아니라 그냥 생떼를 쓰는 것이 돼 버립니다.

초보시절에는 색소폰을 거의 어김없이 이렇게 붑니다.

음악은 '울림'이 있어야 하는데 '울림'을 깡그리 없애버리는 것이지요.

 

공원 가로등 아래 색소폰 독립군 아저씨는 그렇게 생소리로 있는대로 박자를 끌면서 불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래 두번째에는 가서 한곡이 끝나길 기다려 말을 걸어봅니다.

한 일년정도 됐다고 합니다.

"어디서 좀 배우셨어요?"

"뭐... 누구에게 조금 배우긴 했는데..."

말꼬리를 흐립니다.

제가 다니는 문화원에 나오시는게 어떠냐고 제안해봤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저녁에 강좌가 있으니 편리하지 않겠느냐고...

그랬더니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계속 거절하십니다.

하기야 생판 처음보는 사람이 와서 이야기하는데 선뜻 그러마고 할 리는 없겠지요?

"시간이 들쭉날쭉해서요... 시간 나면 한번 가 보지요..."

결국 괜히 방해하지 말고 빨리 가보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그래서 하릴없이 물러납니다.

 

그 두꺼운 악보를 이 곡 저 곡 계속 넘겨가며 불어댑니다.

다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기초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곡에만 매달리면 톤과 주법을 망치기 때문입니다.

같이 배우는 분 중 처음에 톤을 잘못 잡아서 경력이 5년차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생소리를 내는 분이 있습니다.

질질 끄는 주법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핑거링, 즉 운지는 수준급인데 불구하고 곡을 불면 엉망입니다.

처음 들으면 그럴싸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음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소리가 납니다.

그분은 그것을 교정하려고 무진 노력 중인데, 그래서 제가 옆에서 같이 연습해 드리고 있는데도, 아직 진전이 없습니다.

스스로 '배냇병'이라고 한탄하시더군요.

공원 가로등 아래 독립군 아저씨가 바로 그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혼자 곡을 연습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나빠지고, 나중에 그것을 고치는 데 들여야할 시간과 노력도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꼭 레슨을 받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반박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색소폰 주자 중 누구누구도 독학한 사람이다."

그렇습니다.

독학으로 얼마든지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미로 하는 사람이 독학으로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깁니다.

수백만명이 집안 기둥뿌리 뽑아가며 대학까지 다니는 것은 단지 학벌 때문 만은 아닙니다.

보통 사람이 독학으로 뭘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혹자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 찾아보면 동영상 강의도 잘 돼 있고, 그래서 독학도 그냥 독학이 아니다. 레슨 선생님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또한 그렇습니다.

동영상으로 앙부셔(입모양)이나 텅잉(혀를 치는 것) 등의 방법은 알 수 있겠죠.

그러나 내 소리를 듣고 그것을 바로잡아주지는 못합니다.

혼자서는 죽어라고 안되는 것을 레슨을 통해 금방 터득하게 되는 경험을 저는 많이 했습니다.

 

색소폰 독립군.

물론 여러가지 사정이 여의치 못해 독립군이 될 수밖에 없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저는 레슨을 받을 것을 꼭 권하고 싶습니다. 

나보다 조금 더 잘 부는 다른 아마추어에게가 아니라 전문적인 소양을 갖춘 선생님에게 말입니다.